타임스퀘어에 하는 한국문화홍보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에 의문을 던지는 신문기사가 난 김에 몇자 적고 싶어졌다.

http://www.koreatimes.co.kr/www/news/nation/2012/07/117_114835.html


난 개인적으로 서경덕 교수를 잘 모른다. "대한민국 홍보 전문가"라는 직함을 꼭 사용하시던데 이런 직업이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정부도 하기 힘든 일을 열심히 하시니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원칙없이 작업을 하고 계신 거 아닌가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왜 하필 타임스퀘어이고, 그 광고효과에 대해 제대로 분석은 하셨는지. 거기서 의미심장하게 독도 광고할 때도 좀 불만이었는데, 비빔밥 광고도 그렇고, 아리랑 광고도 그렇고, 비용대비 효과 생각하면 돈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비에 사용되는 돈이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고,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되는 돈일 텐데 더 이상 타임스퀘어 고집부리지 마시고 이쯤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한 나라의 문화라는 게 일방적으로 그렇게 많이 노출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 갖게 되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런 맥락없이 진행되는 노이즈마케팅으로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싶다.


전부 조사는 해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해외공관 창고에는 제때 사용을 못한 대한민국 홍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달력이며, 근사하게 만든 대한민국 지도 및 안내서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자리만 지키는 곳이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 홍보 잘하라고 비싼 배송료 지불하면서 해외까지 보냈을 텐데 참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연히 어느 해외공관 창고에 들어갔다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저것도 내 세금일 텐데 생각하니 씁쓸했다. 한국식당이나 필요로 하는 교민들에게 선심을 쓰던지, 아니면 열심히 접대하면서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6년 7년 전 자료들이 저렇게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싶었다. 철지난 홍보물들은 전부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하는데 내 현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처럼 아깝다.  


서경덕 교수가 앞으로 타임스퀘어 보다는 돈 많이 안쓰면서 한국문화홍보하는 방법들 더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홍보 전문가 아니신가. 그 직함 덕분에 나 같은 일반인 보다는 훨씬 한국문화홍보 작업하기가 쉽지 않으신가라는 의미다. 해외 여행할 때마다 대한민국 홍보물 취급하는 기관에 연락해서 홍보물을 부탁할 때가 많은데 어찌나 뻣뻣하게 구는지 내가 거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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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바쁘게 걷던 중이었는데 영국 아가씨가 내팔을 쓰윽 잡더니 다짜고짜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왜 그러냐고,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꼭 그런건 아닌데 하면서 근처 벤치에 잠깐 앉겠냐고 권한다. 아니, 그 정도 여유는 없고, 필요한 일 있으면 빨리 말하라고 그랬다.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는데 조그만 수첩이었다. 길을 물어 보려고 그러나, 아니면 무슨 중국어 용어를 물어 보려고 그러나, 그것도 아니면 이런 중국인 아냐고 물어 보려고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 아가씨 동작을 유심히 지켜봤다. 수첩 사이에는 여러가지 언어의 브로셔가 가득 꽂혀 있었는데 한국어로 된게 보여 이게 뭐냐고 했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얼핏 보니 브로셔 앞면에 성서의 이해, 뭐 그런게 적힌 거 같았다. 무슨 종파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독교 전도를 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있었으면 들어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없어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한국에 있을 때도 종각역 지하를 지나갈 때 예외없이 '도를 아십니까' 팀한테 잡혔었는데 내 어수룩해보이는 외관은 국제적으로 통용이 될 정도인가보다. 반성해야겠다.

Posted by 윤오순

속썩이던 애들이 모두 떠나고 기숙사에 새로운 학생들이 도착했다. 요리할때 그렇게 신경을 쓰라고 했는데도 음식을 태우고, 냄비를 태우는 애들 덕분에 하루에도 몇차례씩 밖으로 나가야한다. 음식이 타고, 냄비가 탈때마다 화재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리기 때문이다. 공동부엌에서 요리를 하다가 방에 들어가서 채팅을 하거나, 게임을 하다가 본인이 요리를 하던 중이었다는 사실을 잊었거나, 아예 잠이 드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오 마이 갓인 상황이다.


매 학기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번에는 유달리 영어를 안쓰고 그냥 중국어를 쓰는 학생들이 많았다. 응급상황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전화가 있는데 응급상황에만 쓰라고 그렇게 주지를 시켰는데도 별것 아닌 걸로 전화하는 학생들이 많다(본인들이 생각했을 때는 그게 응급상황이겠지만). 대뜸 전화하자마자 중국어 하는 사람 없냐면서 중국어 하는 사람으로 바꾸라고 명령(?)을 한다. 이 또한 오 마이 갓인 상황이다. 여긴 중국이 아니고 영국이고, 학생들이 이곳에 영어를 배우러 왔다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닌지 원.


박사과정을 시작하려는데 영어점수가 모자라서 온 아줌마가 있었는데 첫날 애기를 데리고 왔다. 기숙사 규정상 외부인은   함께 머물 수가 없는데, 다음날 가보니 애기가 안 보였다. 남편이 데려갔다는데 옆에서 아기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사람만큼 대단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점수를 채워서 올 가을에는 무사히 가족과 합류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내가 사는 기숙사에는 방안에 욕실, 부엌이 다 있어 혼자만 생활하는 방도 있지만 욕실과 부엌을 둘이 나눠서 쓰는 쉐어드 플랫 타입 방도 있다. 둘이 잘 맞으면 좋은데 안 맞으면 계약 끝날 때까지 아주 고생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학기부터 계속 살고 있던 중국인과 이번에 새로 온 대만학생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이 있는데 대만 학생이 계속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도착한 첫날부터 대판한 것 같은데 한쪽편만 들어줄 수 없어 아주 난감하다. 대만학생은 중국학생이 옥스포드에 다닌다는 남자친구를 자랑하면서 자주 초대하는 게 싫단다. 공동욕실에 남자친구 칫솔 꽂힌 것도 싫고, 부엌문 활짝 열어놓고 중국음식(?) 냄새 피우는 것도 싫단다. 볼일 보고 화장실 물 안 내려서 아주 미치겠단다. 일단 중국학생한테 대만학생으로부터 이런저런 불만사항이 접수되었는데 반복되면 네가 나가야하니 주의하라고 했더니 그걸로 또 대판 싸웠나보다. 왜 대화로 해결하지 사감한테 보고를 했냐는 거겠지. 다시 대만학생을 만나서, 영국에 온 목적이 영어를 배우기위해서만은 아닐 것이고, 서로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랑 살아가는 것도 공부라면 공부니까 상부상조하면서, 고칠 수 있는 건 고쳐가면서 한번 잘 지내보라고 부탁(?)을 했다. 반복되면 강력하게 조치를 취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물론 그랬지. 오늘 복도에서 대만학생을 만났는데 중국학생한테 서로 잘 지내보자고 그랬단다.  대놓고 중국을 싫어하는 대만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터라 좀 불안하다.


박사과정 시작하고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뚝 끊고 지내는데, 기숙사는 바깥에서 경험하기 힘든 또 다른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Posted by 윤오순

지금 이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관리도 해주는 내 친구 어랍쇼 (@arapshow)가 드디어 창업을 했단다. 내 일처럼 기쁘고 또 반갑다. 청년작가들과 함께하는 상품기획 및 디자인회사.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되었다는데 이름하여,


어랍쇼 컴퍼니

주소: 춘천시 석사동 642-14 1층

전화: 033 - 263 - 1034


산천어축제, 쪽배축제 등 다년간 화천군에서 진행되었던 문화예술행사 관련 각종 홍보물이 이 친구 손에서 탄생했다. 다수의 외국인 친구들이 현재 한국을 방문해 열심히 한국문화를 체험중인데, 이 회사에서 명함찍으라고 광고해줬다. 음악하는 친구들은 CD 디자인도 어랍쇼 컴퍼니에서 하라고 그랬다. 어랍쇼 컴퍼니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어랍쇼 컴퍼니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아서다.


디자인/사진 관련 화보나 서적을 기증받는다고 하니, 혹시 어랍쇼 컴퍼니가 잘되었으면 하는 분들 중에 기증하실 자료가 있는 분들은 위 주소 이용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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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지난달 어느 금요일 오후. 방문을 열자마자 메모가 눈에 띈다. 1층의 파키스탄 M이 원래 오늘 퇴실을 해야하는데 갑자기 런던에 가게 되었고, 일요일에 돌아오겠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담당하는 학생도 아닌데 이걸 왜 나한테 남겨놨지 싶어서 담당 사감한테 연락을 했더니 난리가 났다. 학생이 떠나야 하는 날 떠나지 않으면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이 생긴다. 새 입주자가 당일 오는 경우도 있고, 당일이 아니더라도 청소업체에 용역을 의뢰했다면 퇴실한 방 청소를 위해 온 여러명의 청소부가 허탕을 쳐야한다. 일단 난 내 할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안심을 했는데 복도에서 파키스탄 M 친구를 만났다. 혹시 파키스탄 M이랑 연락이 되면 지금 난리가 났으니 빨리 와서 퇴실 준비를 하라는 연락을 부탁했다. 


파키스탄 M이며 복도에서 만난 파키스탄 M 친구, 그외 두명은 벌점이 누락되어 갑자기 기숙사를 떠나게 된 학생들이었다. 사감들은 일주일에 하루 저녁 기숙사를 떠날 수 있는데 영국인이 아닌 이상 대개는 그런 날도 기숙사에 머물기 마련이다. 나도 데이오프인 날은 방문에 방해하지 말라는 메모를 붙여놓고 사감 일에서 잠시 벗어난다. 복도에서 만난 파키스탄 M 친구는 내 담당이었는데 내가 데이오프였던 날 이 친구를 주축으로 애들이 공용부엌에 모여 요란한 파티를 하다 걸렸다. 새벽 3시쯤이었는데 도저히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다른 사감 둘에게 연락을 해서 정리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밖을 내다보며 어디서 소리가 들리는지 보는데 애들이 담배들을 꼬나물고 아주 신이 났다. 이런 날은 쉬어야하지 않나,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 하면서 결국 옷을 챙겨입고 한층 아래에 있는 공용부엌을 가봤다. 이미 다른 두명의 사감이 애들을 잡고 있었다. 스피커를 쾅쾅 울리면서 음악을 틀어놓고, 카드 게임을 하다 걸린거다. 이 기숙사는 11시가 넘었는데 파티를 하거나, 떠들거나 하면 그냥 바로 보고가 되는 시스템인데 누적되면 강제퇴실을 당한다. 게다가 그날 화재경보기를 비닐로 막아놓고 담배를 폈다고 했으니 단순한 벌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영국은 화재경보기로 장난을 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상황파악을 하고, 어떤 규정을 어겼는지 설명한 후 난 그 자리를 떠났다. 내 담당구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다른 두 사감이 오늘 저녁은 커버를 해야해서 사무실에 보고하는 일도 두 친구들에게 넘겼다.


그리고 며칠 후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애들은 전부 강제퇴실 조치가 내려졌다고 들었다. 바로 그날 파키스탄 M이 나를 찾아와 자기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담배를 피지 않았으니 선처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실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온 이 악동들은 기숙사에서도 아주 악명이 높은 트러블메이커들이었는데 난 잘 몰랐다. 보고는 내가 안해서 잘 모르지만 알았다고 한 후 내 최고상관에게 선처를 바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창쪽에 앉은 학생은 원래 담배를 안피우는 학생이라고 들었고, 파키스탄 M이 그 창쪽에 앉아있었다면 그는 담배를 안피웠을 거라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상관에게 쓴 내 충정어린 메일은 전혀 약발이 듣지 않았고, 결국 파키스탄 M 일당은 일주일 후에 방을 나가야 했는데 그게 그날 금요일이었나보다. 애들이 잘못해서 내려진 조처라서 내가 미안해할 일은 없었지만 그렇게 공부중간에 떠나는 게 맘에 걸려 어떻게라도 도와주고 싶어 결국 일요일 오후에 떠날 수 있도록 일을 처리해줬다.


일요일 오후 세탁방에 갔다 오다가 그 애들 일당을 다시 만났다. 빨래를 하러 가는지 양손에 이불이며 옷가지들이 잔뜩이었다. 시간상 파키스탄 M은 벌써 떠나야했는데 그 자리에 있어 좀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사정이 있겠지, 하며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하이' 했는데, 이 인간들이 단체로 얼굴을 싹 돌리며 그냥 지나가는 거다. 배신감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아, 저런 싸가지를 위해 장문의 메일을 쓰고, 전화를 몇통씩이나 하고, 건물 1층에서 3층을 몇번이나 왔다갔다했다니 참 나 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비애로 몹시 씁쓸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아침 일찍 문을 따달라는 학생이 있어 갔다가 오는데 파키스탄 M과 다른 학생 둘을 또 만났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나는 그를 알아봤고, 아무 말도 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놈이 먼저 고개를 돌리고는 그냥 쓰윽 내 옆을 지나갔다.


파키스탄 M은 키도 크고 연예인처럼 아주 잘생겼다. 나한테 선처를 부탁하러 왔을 때도 비굴하다싶을만큼 공손했고, 퇴실을 못하게 되었다고 남긴 메모의 내용도 굉장히 공손한 영어였다. 그런데 사실은 시궁창이었던 것이다. 새벽에 떠들면서 담배 한번 핀 걸로 단번에 학생을 퇴실시키다니, 하면서 사무실의 강력한 조치에 좀 놀랐는데 스모킹으로 누적된 보고가 그 이전에도 다섯번이나 더 있었단다. 나를 완전 속인 거였다. 상관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메일에 별다른 답변을 안 했던 거였다. 그날 그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은 모두 담배를 폈고, 전부 체인스모커였단다.


난 어떤 학생들에게는 친절하고, 어떤 학생들에게는 엄하게 하고 그러지 않는다. 학생들이 전부 같이 수업을 듣기 때문에 학생들한테 왜 나만 차별해요,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 물어오는 애들한테는 최대한 친절하게 해주고, 규정을 어긴 학생들에게는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나 싶게 엄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건물 입구에 걸린 기숙사 사감 리스트에 내 얼굴은 사라진지 오래다. 애들이 핀으로 아주 자글자글하게 구멍을 내 놔서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논문 쓰고 나면 이일도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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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어떻게 지내냐고, 죽은 것 아니냐고, 선정적인 삼계탕 사진 좀 치우면 안되겠느냐고, 안부를 대신하는 이런저런 연락들이 오는데도 그냥 모른척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근황을 소개하라고 친구가 만들어준 블로그인데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학술대회 발표를 핑계로 얼마전 그리스 크레타에 다녀왔다. 커피투어리즘을 주제로 한 첫 발표라서 가기 전 살짝 긴장 했었는데 결론은 잘 놀다 온 것 같다. 이렇게 써도 되나 걱정하며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좀 정리가 된 느낌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체감하기 힘들었다. 음식이 완전 감동이라서 나중에 나이들면 크레타에 가서 살아도 좋겠다 싶었다. 디저트가 예술이다. 그리스를 400년 넘게 점령했던 터키 음식을 먹으러 다음엔 터키에 가볼 생각이다.


요즘 거의 쉬지않고 비가 오는데 바람 때문에 오늘도 우산살 두개가 우산커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주 튼튼한 외관을 자랑했는데 지랄같은 날씨에는 제대로 작동을 안하는 우산이었다. 수선을 해서 들고 다닐까, 수선은 어디서 해야하지, 아니야 이 참에 더 튼튼한 걸로 장만해야겠다, 별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연구실에 도착했는데 같은 과 동기가 커피마시는 동안 거짓말처럼 수선을 해줬다. 아, 당분간 더 들고 다녀도 될 것 같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Posted by 윤오순

한국에 가게 되면 계절을 가리지않고 늘 먹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삼계탕이다. 내가 삼계탕 좋아하는 걸 아는 친구들은 물어보지도 않고 삼계탕 예약을 해놓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매일 삼계탕을 먹어야할 때도 있다. 이거 먹고 싶었지, 라고 물어보는 친구들한테 어제도 먹었어, 이런 말은 도저히 못하고 마치 몇년만에 삼계탕을 맛보는 사람처럼 먹는다.


복날도 아닌데, 오늘 이곳 영국에서 제대로 된 삼계탕을 대접받았다. 수업이 끝나고 요즘 들어 부쩍 참외가 먹고 싶다며 향수병을 자극하던 같은 오피스의 한국인 동기네 집에서였다. 근사하게 돌솥에 담아내오지는 않았지만 삼계탕이 갖추어야할 기본재료가 다 들어있었다. 삼가루, 대추저민 것, 마늘, 마른 밤 등등. 밤을 어떻게 구했냐고 했더니 지난 가을 이탈리아산 밤을 구입해 손질해 냉동보관하고 있었단다. 이 날을 위해서란 말이지, 그러면서 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갑자기 건강해진 느낌이다.




허겁지겁 먹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다. 허전해서 한장 올릴려고 구글링을 했더니 어느 요리 홈페이지에 올려진 이 사진이 눈에 띈다. 맛있을 것 같다. 


사진출처: 

http://www.yori114.co.kr/bbs/view.php?id=todaycooking&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41

Posted by 윤오순

영국에 와서 이런저런 일들을 계속 겪고 있는 중인데 가끔 한국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경우.


1. 기숙사에서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기숙사 내방에서 인터넷이 안되어 아주 생쑈를 하는 중인데 결국 아직도 접속이 안된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IT관련 서비스를 일주일 내내 그것도 하루 24시간 계속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어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 전화를 했더니 주말이라 안되니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리란다. 이렇게 서비스 할 거면 아예 주말엔 쉰다고 하지 왜 일주일 내내 24시간 서비스를 한다고 홍보를 하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잘 모른단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상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때쯤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그 사이에 자기네들이 업데이트를 해서 이메일로 다 보내놨는데 읽어보고 전화를 했느냐고 묻는다. 이것들이 제 정신인 건지. 인터넷이 안되어 연락을 했는데 피드백을 전화가 아니라 이메일로 하고 있었다. 정말 아주 '버럭' 화를 냈더니 당황하면서 학교가면 24시간 컴퓨터 사용을 할 수 있는데 왜 거기가서 이메일 체크를 안하느냐는 거다. 난 기숙사 사감이라 주말엔 움직일 수 없다, 라는 얘기는 못하고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면서 장애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라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결방법을 제시하라고 문의할 때마다 계속 이메일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짜증 만랩이다.  



2. 학교에서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와서 겪은 일이다. 기숙사에 인터넷이 안되어 학교에서 인터넷을 쓰려고 씩씩대며 도서관에 도착했다. 지금은 학교 여기저기에 컴퓨터가 넉넉해졌지만 불과 3년전만해도 도서관에서 컴퓨터 빈자리를 찾으려면 줄을 한참이나 서 있어야 했다. 어쨌거나 긴 줄을 참아내고 무사히 빈자리를 찾아 컴 앞에 않았다. 컴이 내게 묻는다. 로그인을 해라. 그렇지. 로그인을 해야지. 그런데 내가 아직 등록된 학생이 아니라서 로그인을 할 수가 없었다. 등록은 컴퓨터로 하라는데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지 원. 결국 옆자리에서 이미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한테 부탁을 해서 겨우 등록을 마치고, 이메일을 쓸 수 있었다.



3. 은행에서

얼마전 사용중이던 직불카드가 잘못됐다고 은행에서 계속 전화가 와 바쁜 시간 쪼개서 학교에 있는 은행 지점을 찾아갔다. 그 사이 카드 사용을 안해서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 카드를 내밀며 빨리 해결하라고 자꾸 전화가 오는 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창구의 여직원이 전화번호를 하나 주면서 거기로 전화를 한 후에 나보고 무슨 문제인지 알아보라는 게 아닌가. 이것들이 장난을 하나. 어쨌거나 전화를 했더니 내 신상정보를 묻더니 주소까지 다 대란다. 난 아직 여기 주소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이곳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우편번호를 잘 못 외운다. 주소 전까지 잘 진행됐는데 우편번호에서 딱 막힌 거다. 늘 지갑에 주소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날 따라 안보인다. 인터넷 접속되면 내가 사는 빌딩이랑 방번호 얘기 해줄테니 우편번호 좀 찾아봐주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절대 안된단다. 내가 너랑 통화하는 데 거의 30분이나 걸렸는데 끊고 다시 걸려면 또 기다려야하니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여자, 미안하다면서 전화를 뚝 끊는다. 결국 은행창구의 여직원한테 내 주소를 물어보고 다시 전화를 걸어 카드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했다. 같은 상품에 카드 결제가 여러번 되어 확인하려고 카드 사용을 막은 거였다. 그리고 은행 직원한테는 이제 입출금 자유롭게 되느냐, 확인해 달라고 한후 문제없다고 해서 은행을 나왔다. 



4. 애플스토아에서

인터넷이 안되어 혹시 세팅 문제인가 싶어 애플스토아를 찾아갔다. 지난번에 예약을 했다가 1분 늦어 그 다음날 다시 가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 이번엔 넉넉하게 갔다. 약속시간 10분이 지났는데 스탭이 아무도 안오는 거다. '버럭' 모드 장전중이었는데 느리적거리며 스탭이 하나 왔다. 이것저것 눌러보더니 컴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런 문제는 처음이라면서 두가지 옵션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학교에 가서 물어보라는 것. 두번째는 데이터 백업한 후 싹 밀고 OS를 다시 깔라는 거였다. 학교가야 소용없다는 것 알아서 어제 저녁 내내 데이터 백업했고, 다 밀어버리고 지금 한쪽에서 인스톨 중이다. 이럴 때 난 한국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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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올 가을 엑시터 대학에서 TESOL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분으로부터 문의 메일이 와서 여기에 답변 남깁니다.


엑시터 대학에는 세개의 캠퍼스가 있습니다. 


1. Streatham Campus (http://www.exeter.ac.uk/)

2. Cornwall Campus (http://www.exeter.ac.uk/cornwall/index.html)

3. St Luke's Campus 


이중 Streatham Campus와 St Luke's Campus는 엑시터에 있으며  Cornwall Campus는 Falmouth 근처에 있습니다. 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 같은 건은 따로 없고, 엑시터 본교 캠퍼스에서 콘월 캠퍼스까지는 기차로 약 두시간 반정도가 소요됩니다.  


Streatham Campus는 엑시터 시내에서 30분 정도 걸어야 하고 St Luke's Campus는 시내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만일 다른 캠퍼스의 기숙사를 이용할 경우, 비록 같은 엑시터내에 있다고 하지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여기 학생들은 왠만한 거리는 전부 걸어다니기 때문에 처음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30분 (왕복이면 한시간) 정도 걷는 건 일상으로 느껴질 겁니다. 셔틀버스는 따로 없지만 노선버스는 있습니다. 엑시터 대학 학생들은 도서관을 포함해 세 캠퍼스의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알겠지만 St Luke's Campus에서는 Sport and Health Sciences 혹은 Medicine 분야 수업이 진행됩니다. 테솔 석사과정도 세인트 루크 캠퍼스에서 진행됩니다. 


기숙사는 따로 소개해드리지 않으니 본인이 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해 예산과 일정에 맞는 곳과 계약하시기 바랍니다. 학교 기숙사를 계약할 경우 과정이 모두 끝난 후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휴가기간까지 포함을 하면 길어지게 되니 개인일정 고려해서 계약하면 될 겁니다. 기숙사 방 타입과 관련해서는 이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중국학생들이 없는 곳을 찾기란 아예 불가능한 일이며, 다른 사람과 기숙사 시설을 공유하고싶지 않으면 스튜디오 타입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의 경우 재학생들보다 신입생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여름방학 이전에 신청하는 경우 신입생들은 거의 100% 방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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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윤오순

2010년 봄 어느날이었다. 연구실 내 뒷자리에 앉아 늘 페북삼매경에 빠져있던 1년차 박사과정생이 뜬금없이 내게 묻는다. 너네 나라는 중국어를 사용하느냐고. 이 무식한 인간 같으니라고. 간신히 분노를 참았었지, 아마.


2012년 봄 어느날이다. 같은 연구실에 있는 박사 3년차 학생 두명이 네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그 책을 읽어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혹시 번역해서 출판할 계획은 없느냐고도 물었다. 그래서 그랬지. 난 당분간 시간이 없을 테니 너네가 한국어를 배워서 읽어보는 건 어떨까라고. 


그냥 웃고 말 줄 알았던 이 친구들이 한국어 배우기 어렵냐고 뜬금없이 묻는다. 마침 화이트보드가 보이길래 한번 배워볼래 하고 물었다. 둘다 그렇게 간단히 배울수 있는 언어냐고 의아해한다. 너네들이 총명하다면 30분만에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규칙을 내 친히 가르쳐주마 하고 일단 자음과 모음을 알려줬다. 음가가 없는 이응은 '가짜이응'이라는 식으로 가급적 문법을 배제하면서 자모음을 어떻게 결합하는지 기본만 알려줬다. 정말 기본만. 오올~~~. 이 총명한 애들은 정말 30분도 안되어 지들 이름과 내 이름을 한글로 쓰고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모음에는 하늘, 사람, 땅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요 세가지로 스물한가지 모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더니 탄복을 금하지 못했다는...아, 세종대왕 만세다. 너네가 로마자로 되어있는 언어만 중시해서 한글의 위대함을 모르는 것 같은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가 누구인지, 어떤 원리로 글자가 만들어졌는지 알수 있는 언어이며, 방금 경험했듯이 굉장히 과학적인 소리글자라고 설명해줬다. 완전 감동하는 그 모습이라니. 루트리지(Routledge) 출판사(아주 유명한 출판사다)에서 <Fifty Key Thinkers on Language and Linguistics>라는 책이 출판되었는데 여기에 세종대왕 이야기가 있으니 시간날때 사서 읽어보라 그랬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만한 많은 것들(?) 중에 아주 독보적인 게 나는 이 한글이라고 생각한다. F나 V처럼 이미 사라진 자음들도 있지만 소리가 확실하다면 모두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인인 내게도 여전히 신기하다. 세종대왕은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문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내가 쓰는 모국어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읽고 쓰는 우리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세종대왕이 이룩한 많은 기적같은 일 중에 한글창제는 당연 갑(甲)이다. 감사하며 바르게 사용하는 게 우리 몫이고 또 책임일 것이다.


맛보기로 이 친구들에게 '주세요'라는 말을 알려줬는데 벌써 응용하기 시작했다. 두명의 친한파가 탄생한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면서 몇자 적었다.   


 

 



Posted by 윤오순